한국화라 한 때 불리던 전통회화는 너도나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을 했다.
하여 여러 각도로 새로운 방향성을 수없이 논했었다.
한때 채색 보다는 수묵이라고 주장하며 유행처럼 먹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 시절도 있었고
왜색이라고 돌려 세우던 채색화를 옹호하면서 단청을 봐라 고구려 벽화를 봐라 색이 왜 남의 것이냐는 논쟁 아닌 논쟁도 봤다.
여기서 재료나 방식을 논하는 담론을 보면서 전통회화의 문제는 바로 이런 관점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회화는 지역마다 자라는 식물이 다르듯이 문화 환경 등 여러 사유로 독특한 이미지와 정신을 갖는 것이다.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나름의 유구한 정신세계가 있는데 그 정신세계를 논했어야 했다.
그 정신을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이 숙제라면 숙제였던 것이다.
서양 미술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나라를 잃은 어수선한 환경에서 전통이 망가진 것은 어느 분야에 국한 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나름 길 닦기에 나섰으니 기다릴 일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우리의 정서 속에는 늘 아스라함, 서러움, 그리움, 순진무구함, 고고함 등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회화에서는 산이나 강을 그리고 거룻배를 띄었으며 하늘을 나는 물새를 등장시켰다.
거기에 소위 사군자라는 것 외에도 커다란 나무와 돌을 그렸던 것은 우리를 대입시키기 좋은 문법이기 때문이었다.
현실을 잊을 수도 있고 저 자연 속의 일부가 되어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정서를 가장 잘 그려 낸 것이 산수화다.
아무튼 과거의 선묘 필법 방식이지만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명징하게 대상을 잘 소화한 작가를 만났다.
소위 실경산수화인데 오랜 세월 작업을 지속한 덕일까. 화면 구성에서 쉴 때 쉬고 더 나가지 않고 멈출 줄 안다.
전통회화 방식을 고수하며 나름 현대인의 기호에 어울리는 깔끔하고 깊이 있는 작업이랄까.
지금 천안 예술의 전당에 가면 멋진 산과 들이 있고 정자와 고찰이 자리 잡고 있다.
어수선한 시절 산과 들로 나가지 않고 오랜 만에 힐링한 느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산하는 이렇게 아름답다고 작가는 조용히 하지만 힘주어 말하고 있다.
모두 바쁘고 쏠림이 심한 세상,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말이 있다
박진균 작가는 전통화단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한 명이 분명해 보인다..
2019.11.1-11.17
천안 예술의전당미술관 1전시실
예술가의 기억법 박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