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부침개

칡뫼 2020. 5. 19. 21:00


요즘 비가 잦아선지 나이든 술꾼들에게는

부침개 안주에 막걸리가 인기다

어제는 얼굴 보기 힘든 아내가 전을 부쳐줬다

오랜만에 시공간이 맞아떨어진 덕이다

노릇하게 익은 것이 고소했다

    

보통 전 부치는 모습을 보면

기름을 튀기며 가장자리가  뜨겁게 먼저 익는다.

적당히 익을라치면 잽싸게 뒤집어줘야 한다.

놔두면 까맣게 타니 말이다

가끔은 잘 익으라고 뒤집개로 가운데 부분을

쿡쿡 눌러주기도 한다.

 

언젠가 전 부치는 모습을 보며 엉뚱하게

예술가의 위치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예술가나 선구자의 위치는 늘 세상의 변방이었다.

경계에 선 존재다.

그곳은 위험하고 치열하며 늘 뜨겁.

중심에서 가장 멀어 잊히거나 버려진 동네다

부침개의 가장자리다

여기서 뜨거운 전이 세상이라면 뒤집개는 예술가가 아닐까

뒤집개는 눌어붙으려는 전 바닥에 수시로 틈을 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판을 뒤집는다.

기존의 질서 이데올로기를 엎어버린다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낸다.

 

늘 변방에 처하지만 중심을 흔들 수 있는 존재,

역사의 선구자요 예술가들이다.

쉼 없이 반복되는 세상 그나마 그들로 인해 조금은 다르게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막걸리 탓인가. 부침개 먹으며  쓸데없이 별생각을 다 한다.

취했나보다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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