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전단지 몇장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칡뫼 2020. 6. 7. 12:56

내 고향은 김포다

김포는 강화도와 함께 한반도의 중심부이고 한강물이 바다로 나가는 관문이다

한강, 염하 그리고 인천과 함께 서해바다로 둘러싸인 평야지대다.

예로부터 땅이 비옥한 충적토로 벼농사의 원조인 곳이다. 역사적으로

강을 끼고 오를 수 있는 서울이 가까워 강화와 함께 크고 작은 분쟁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국토분단의 현장으로 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직도 군인이 민간인만큼 많은 동네다.

 

어려서 뒷산에 오르면 북한 땅이 보였다. 빤히 보여도 갈수 없는 땅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배웠다. 이 산 저 골짜기에 삐라가 많았다. 하나는 북에서 내려 보낸 것이고 하나는 남에서 올려 보낸 것인데 바람 때문이지 우리 동네에는 둘 다 떨어졌다. 가져다주고 연필을 타려면 주로 북한 것을 주워야했다. 반공교육 덕인가. 한동안 북한사람은 빨갛게 생긴데다 뿔이 달렸고 그래서 빨갱이라 부르는 줄 알았다. 휴전선 근처에 살아서 일까. 이런 인식을 지우는데 누구보다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같은 민족이지만 북쪽 사람은 무조건 적이었다.

 

요즘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로 다시 고향이름이 들먹인다.

우리의 적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싸웠던 전쟁은 무엇이었나.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크게 보면 세상 거대한 힘의 논리를 친절하게 대신하여 싸워 준 것은 아닌지.

 

세상은 늘 해석이었다. 그 해석과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생각을 시대에 맞춰 바꾼 민족은 번영했고 과거에 매달린 종족은 쇠락했다.

세상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끝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지금 미국이란 나라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모습을 다시 그려야 할 때가 아닐까.

70년 전의 사고로 현재를 살 수는 없다.

전단지 몇 장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린 과연 누구와 싸워야할까.

 

 

 

 

 

오래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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