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칡뫼 멋대로 읽기

그림을 본다는 것

칡뫼 2020. 6. 26. 12:06


우리가 그림을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누군가 소나무를 보았다 하자. 소나무는 몸통이 마치 갑옷을 두른 것 같다.
나뭇잎은 바늘처럼 가늘다. 봄에 노랗게 꽃이 피면 먼지처럼 날린다 등
여러 이야기가 할 수 있지만 소나무라는 존재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림도 그렇다. 해석하는 순간 늘 저만치 물러나 서 있다. 결국 잡을 수 없는 무의 기호인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의 글은 그저 나만의 그림 읽기가 될 뿐이다.

일제 침략의 영향으로 우리의 미술은
기형적으로 자랐으며 그 영향은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 예로 전쟁을 겪고도 제대로 된 전쟁미술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최루탄이 난무하던 군사정권
시절에도 덕수궁 전시장에선
여인의 인물도나 정물화 그리고 안개 낀 산에 낚싯배, 강태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세상을 제대로 그려 내지 못했다. 화가는 딴 세상 사람이란 말인가?

당연히 이런 미술판에 의문을 품거나 반기를 든 작가들이 생겨났다.

그 기운으로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미술운동과 전시가 이뤄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탄생한 그림 중 하나가 손기환의 ‘타! 타타타타타!!’이다.
많이 알려진 이 그림은 1985년 '20 대의 힘'전 출품작이었다.
물론 작품은 압수됐으며 작가들은 고초를 겪었다

잠시 틈을 내어 광주에 다녀왔다. 광주에는 5.18을 기리는 여러 문화행사가 있었는데
이강하, 손기환의 2인 전 (전남 광주 이강하 미술관 6월 30일까지)도 그중 하나다.
거기서 다시 이 작품을 만났다

다시 작품을 본다.
조국 산하에 헬리콥터가 날고 공수부대원이 4인 1조 씩 매달려 간다.
군홧발 아래 세상이 있다.
작품 중앙에 타! 타타타타 글자를 넣어 소리를 그렸다.
당시로선 팝아트적인 새로운 표현이었다.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타! 타타 타타타!!
총소리가 들린다. 타! 타타 타타타!!
말 잘 들어, 우리 편에 올라타란 말이야 타! 타타 타타타!!
잘 살려면 권력 줄을 잘 타야해 타!타타타타타!!
지금은 자본주의야. 자본이란 열차에 타야 해 어서 타! 타타 타타타!!
그림 본 생각이 전과 또 다르다

여기까지 보고 있자니 작품에 열십자로 접힌 흔적과 작품 좌측 상단에 뭔가 보인다.
증 23 -타타타
찾아보기표에 쓰인 압수물 표시다 작품 중앙에
접힌 흔적과 견출지 글씨는 작품 제작 당시에는 없던
작가 손 밖의 사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경찰관이 작성한 압수물 작은 글씨가 작가의 작품의도를 넘어
더 극명하게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작가와 작품 사이에 해석의 공간이 존재할 뿐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과 작품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존재는 시간과 함께 변한다.
우리가 그림을 본다는 건 뭘까?
보는 순간 무의 공간을 해석하는 것이다.
결국
해석자인 내가 그림인 것이다.

-칡뫼,그림 멋대로 읽기-

 

 

 

 

이강하 작품

부분도

 

 손기환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