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뭘까
삼 십 여년 붓을 잡았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그림은 캔버스에 발라진 안료일 뿐이란 사람도 있었고.
그저 행위의 그림자일 뿐 내용은 중요치 않다는 사람도 있었고.
종교를 위한 도구였었고, 철학을 설명하는 방편이기도 했었고.
이념의 전도사로 국한되기도 했었고 ……
그린 대상이 아바타처럼 나타나는 즐거움에 맛 들어서
아직까지 그 재미에만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니 그림이더라. 태어나면서 받은 손재주 하나로
특권의식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요즘 들어 반성하는 시간이 많았다
앞으로 건강나이 20여년 다시 불꽃처럼 나를 태울 시간.
시간의 강박에 할 수 없이 용기를 낸다.
어눌한 발자국이지만 개인전을 여는 이유다
그림이 뭘까?
이번 가을 전시로 그 답에 가까이 가고 싶을 뿐이다
-칡뫼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