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뽑다가
김형구
우리 집 대문에서 현관사이 짧은 길에 보기 좋으라고 화분이 늘어서 있다. 봄 지나 여름 되니 화분마다 풀이 가득했다. 한 촉 두 촉 뽑아내니 뽑히던 바랭이풀이 한마디 했다.
"누군 놔두고 왜 나만 뽑아요."
이 말 듣던 쇠비름, 쇠별꽃, 달개비까지 모두 한마디하며 거들었다.
“너른 벌판에서 자랐으면 뽑힐 일이 없을 텐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각박한 도시 그것도 비좁은 집에 태어나니 이런 대접 받는단다. 그러자 주인인 양 자리 잡은 화분 속 국화, 금낭화. 거만하게 담벼락에 기대고 선 넝쿨장미.
"너희들이 있을 곳은 여기가 아냐, 바닥에서 기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그것도 꽃이라고."
죽느냐 사느냐. 뽑히느냐 뽑히지 않느냐. 선택된다는 건 버림받는 것, 선택된다는 건 살아남는 것. 난 한참을 생각하다 풀 뽑을 엄두를 못 내고 흙 묻은 손을 수돗물에 깨끗이 씻었다.
우리 집 화단엔 이런 저런 풀이 가득하다. 저 집은 사람도 안 사나 할 정도로.
2014 <미래시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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