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태어나
자기 존재를 증명하다 생을 마감한다.
풀이며 나무, 벌레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떠들고 싸우고 사랑하고 자랑하는 이유다
마을회관 확성기에서 회심곡이 울려 퍼진다.
누가 돌아가셨나보다
우리 마을 이장은
동네에 생을 마감한 분이 계시면
알리기 전에 꼭 회심곡을 튼다.
슬픈 노래 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부서져 사라진다.
부음을 전한 확성기는
다시 말이 없고
마을은 잠시 허공처럼 슬프다
확성기 보이는 풍경 73X58cm 화선지수묵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