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가 잦아선지 나이든 술꾼들에게는
부침개 안주에 막걸리가 인기다
어제는 얼굴 보기 힘든 아내가 전을 부쳐줬다
오랜만에 시공간이 맞아떨어진 덕이다
노릇하게 익은 것이 고소했다
보통 전 부치는 모습을 보면
기름을 튀기며 가장자리가 뜨겁게 먼저 익는다.
적당히 익을라치면 잽싸게 뒤집어줘야 한다.
놔두면 까맣게 타니 말이다
가끔은 잘 익으라고 뒤집개로 가운데 부분을
쿡쿡 눌러주기도 한다.
언젠가 전 부치는 모습을 보며 엉뚱하게
예술가의 위치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예술가나 선구자의 위치는 늘 세상의 변방이었다.
경계에 선 존재다.
그곳은 위험하고 치열하며 늘 뜨겁다.
중심에서 가장 멀어 잊히거나 버려진 동네다
부침개의 가장자리다
여기서 뜨거운 전이 세상이라면 뒤집개는 예술가가 아닐까
뒤집개는 눌어붙으려는 전 바닥에 수시로 틈을 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판을 뒤집는다.
기존의 질서 이데올로기를 엎어버린다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낸다.
늘 변방에 처하지만 중심을 흔들 수 있는 존재,
역사의 선구자요 예술가들이다.
쉼 없이 반복되는 세상 그나마 그들로 인해 조금은 다르게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막걸리 탓인가. 부침개 먹으며 쓸데없이 별생각을 다 한다.
취했나보다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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