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시작된 김해 대성동 고분군 발굴 작업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유물들을 쏟아냈다. 양도 양이지만 독특한 가야만의 특색과 높은 문화수준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토기와 철제갑옷 마구 등이 나왔고 덩이쇠(철정)는 철을 제련하는 수준이 상당했음을 알려주었다. 또한 동복(청동 솥)은 북방 기마민족이 사용하는 것이었으며 바람개비 모양 파형동기는 그동안 일본에서만 발견되던 것이었다. 결국 가야는 기마민족의 후손과 현지인의 결합체였으며 철을 제련하는 선진기술로 일본뿐만 아니라 해상로를 이용 중국과도 교역하는 상당한 수준의 고대국가였던 것이다.가야는 약 500년 가까이 유지되던 국가였지만 그동안 기록이 일천하여 역사에서 거의 잊혀 지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유물로 복원되어 그 얼개가 속속 엮어지고 있다. 김해, 구지봉, 구지가, 김수로왕, 허황옥 등 이야기의 실존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가야가 존재하던 시절 중국 한나라를 무너트리고 왕망이 세운 신나라 화폐 화천이 김해 패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신나라는 서기 8년에 세워져 약 15년만 존재한 나라로 당시 화폐 화천은 시간의 화석과도 같다. 그 화천이 한반도와 일본에서도 출토된 것을 보면 그 당시 한반도 주변 교역이 활발했음을 알게 해준다.
김행수 영화감독으로부터 며칠 전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직접 쓴 소설이었다. 마침 상기한 가락국을 개국한 김수로왕에 대한 글이었다. 가락국 건국과 부인 허황옥과의 결혼 등 고대 해상왕국 가야의 진면목을 역사의 사실 속에 상상력을 덧붙여 쓴 작품이었다. 영화감독답게 한 장면 한 스토리로 끊어 서술해 지루함 없이 읽히는 장점도 있다. 더군다나 일본의 지배층이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이란 것을 무역 거점마다 설치되는 가락촌을 설정 설명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한반도의 고대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제목이 0048 이라 궁금했는데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기록된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결혼한 해를 표시한 것이다.
지금 동북아는 역사 전쟁 중이다. 중국은 발해역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켰고 고구려 역사까지 도발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사관은 우리역사를 오염시킨 지 오래고 지금도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많다.이런 때 고대 한반도 역사를 조망한 소설이 반가운 이유다. 기본 역사 사료 위에 살을 덧붙인 역사소설 0048은 가야를 넘어 한반도 그리고 고대 우리 조상이 활동한 광할한 영토를 선물한다. 덤으로 분단국가로 왜소해진 영토에 사는 우리에게 통일의 필요성까지 절실하게 제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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