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풀을 뽑다가

칡뫼 2011. 7. 28. 13:04

 

 

 

풀을 뽑다가             /칡뫼

 

 

 

우리 집

대문에서 현관사이 짧은 길에

보기 좋으라고 화분이 늘어서 있다.

 

봄 지나 여름 되니

화분마다 풀이 가득

한 촉 두 촉 뽑아내니

뽑히던 '바랭이풀'

"누군 놔두고 왜 날 뽑아요"

이 말 듣던 '쇠비름', '쇠별꽃', '달개비'까지

모두 한마디

"너른 벌판에서 자랐으면 뽑힐 일이 없을텐데"

좁은 구석 태어나니 이런 대접 받는단다.

그러자 주인인 양 자리잡은 '국화', '구절초','금낭화'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냐"

"꽃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주제에"

 

 뽑히느냐 

 뽑히지 않느냐죽느냐 사느냐 선택된다는 건  버림받는 것

선택된다는 건  살아남는 것

         

  난

한참을 생각하다 풀 뽑을 엄두를 못내고

흙 묻은 손을 수돗물에 깨끗이 씻었다.

우리집 화분엔 이런 저런 풀이 가득하다.

저 집은 사람도 안 사나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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