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뽑다가 /칡뫼
우리 집
대문에서 현관사이 짧은 길에
보기 좋으라고 화분이 늘어서 있다.
봄 지나 여름 되니
화분마다 풀이 가득
한 촉 두 촉 뽑아내니
뽑히던 '바랭이풀'
"누군 놔두고 왜 날 뽑아요"
이 말 듣던 '쇠비름', '쇠별꽃', '달개비'까지
모두 한마디
"너른 벌판에서 자랐으면 뽑힐 일이 없을텐데"
좁은 구석 태어나니 이런 대접 받는단다.
그러자 주인인 양 자리잡은 '국화', '구절초','금낭화'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냐"
"꽃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주제에"
뽑히느냐
뽑히지 않느냐죽느냐 사느냐 선택된다는 건 버림받는 것
선택된다는 건 살아남는 것
난
한참을 생각하다 풀 뽑을 엄두를 못내고
흙 묻은 손을 수돗물에 깨끗이 씻었다.
우리집 화분엔 이런 저런 풀이 가득하다.
저 집은 사람도 안 사나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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