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오십이 넘으면서
내자신 전과 많이 다름을 느낀다 .우선 몸이 예전과 같지않다 .
음식을 먹다가 흘리기도 잘하고 가끔은 수저도 떨군다 또한 기억력도 감소함을 느끼고
눈도 침침해 독서나 그림그릴때 안경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눈물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상스래 슬픈 드라마만 봐도
그저 눈물이 나고 좋은 시한편 읽어도 눈물이난다 .
남자의 눈물은 유치하다는듯 교육받은 내 사고가 굳건한 편이었지만 요즈음은 그게 안통한다.
요 며칠 난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괜히 이유없이 운전중에도 눈물이 자꾸 났다 이상스래 슬프고 가슴이 먹먹하다
어제는 도저히 참을수 없어 아내와 같이 덕수궁 대한문앞 분향소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이순간에 국화한송이 못드리고 지나면 후회할것 같은 저 밑에서 솟구치는 마음에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오후 7시
대한문 쪽으로 향하는 길에 경찰이 빼곡히 나와 서있다
줄은 끝을 찿기 힘들었다 겨우 지하도 입구에서 끝을찿아 다시 광화문 쪽 역방향으로 서서 줄이 이어졌다
줄이 조선일보앞에서 막아선 경찰때문에 광화문쪽으로 늘어서지 못하기때문이다 한참을 따라서 가니
다시 시의회앞에서 줄이꺽이고 다시 성공회 앞 세실극장으로 이어져 덕수궁 담을끼고 돌아 다시 성공회 앞으로
다시 대한문 방향으로 이리저리 조금씩 이동하는 시간동안 모두 말이 없고 숙연하다.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물을 나눠주고 목잠긴 남정네 봉사자들 차량을 정리한다
어떤분은 곱게 포장한 흰장미를 들었고 어떤신사분은 검은양복에 검정넥타이를 정말 경건하게 차려 입었으며
어떤 아주머니는 너무힘들어서인지 잠시 기대어 앉았다 일어선다 .관절이 안좋으신것 같다,
학생들은 앞서 조문하고 가라고 데리고 가는 어른도 계시고,사람이 많아 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지만 거기에서 아름다운 질서가 있었다
벽에는 수많은 추모의 글이 붙어 있고 시간이 한참흘러 어두어지자 앞뒤로 촛불을 나누며 연결하니 줄을따라 촛불이 띠를 이룬다.
드디어 대한문앞 시민분향소 너무많은 사람이 붐빈다. 차례가 되어 헌화하고 절을하는데 뒤에계신 아주머니 서럽게 우신다,
이 많은사람들을 왜 여기까지 오게했을까 이분들은 무엇이 그립고 그 무엇이 안스러웠을까, 무엇이 슬펐을까
이많은 인파를 쉽게 폄하하거나 하나의 아무것도 아닌 현상으로 보는사람은 이곳에 와서 그 진정성을 읽어봐야 한다
조문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10시가 막 넘었다
이 많은 인파가 생각하는 세상이 진정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 더불어 함께 웃으며 밀고 당겨주는사회 ,
이들은 따뜻한 진정어린 말한마디가 그립고 , 진심으로 걱정하며 흘리는 눈물이 그립고 ,니편 내편이 아닌 우리가 그립고,
가난해도 열심이 살면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 그립고,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 제자리를 찿으려는모습이 그립고,
옆집 아저씨 같아서 그립고, 우리 아버지 같아서 그립고, 인자한 선생님 같아서 그립고, 힘들어도 꿈이 보여서 그리운것이다
이것이 정치인이 추구할 가치다--크고 큰것을 우린 바라는게 아니다 단순히 희망을 꿈꿀수있는 사회가 그리운것이다
돌아오는길에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현달이 처량하다 , 돌아가실때 그믐이라 하늘은 깜깜했지만 지금 저 달의 모습이 희망이 아닐지-
조금있으면 보름달로 환하게 이세상을 비추듯 님이 뜻이 이세상을 비추리
버스를 타고 오는 늦은시간 야경에 비친 한강을 내려다 본다
저 강물은 서서히 우로 혹은 좌로 상대를 보듬고 유유히 흘러 바다로 가는데 -마차의 두 바퀴는 같이 잘 굴러야 직진이 가능하고 우로 가려면 좌측바퀴가 더구르고 좌로 가려면 우측바퀴가 더 굴러야 갈수있는게 세상 이치인데--상대를 인정해야 모두가 편한데 --
조문을 마친 개운함보다 앞으로가 걱정되며 집으로 오는 내내 버스속에서 나는 생각이 복잡했다
마지막으로 한중학생쯤 아니 초등학생같기도한 학생이 쓴 줄친 메모장에 연필로 한잎두잎그려넣은 국화꽃옆에 쓴글
"대통령할아버지 좋은곳에서 편히쉬세요" 라는 돌담에 붙어있는 글귀가 잔영이 되어 또 다시흐르는 눈물과 함께 뇌리에 그려진다
이제 나는 아무래도 살면서 눈물막기는 틀렸나보다-- 2009년 5월 28일 칡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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