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숲을 찿았다 이상스레 숲에 있으면 고향에 온것 같은 마음의 평화가 있다 늦가을이라 할까 초겨울이라 해야 하나 이즈음 숲은 쉼표요 스러짐의 연속이다 나무는 잎을 떨구며 속살을 수줍게 드러내고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서 있다
산입구에서 아삭 아삭 낙엽을 밟으며 중턱에 오르니 비둘기가 부엉이에게 잡혀 먹혔는지 - 새매일지도 모른다 깨끗하게 피 한방울 없이 깃털만 낙엽위에 뒹군다 하나의 스러짐을 본다
주검흔적을 뒤로하고 능선을 탄다 조금 오르니 커다란 소나무에 담쟁이가 오른다 이 나무도 얼마 되지않아 죽으리라 또 하나의 스러짐의 예고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위에는 쓰러진 고목이 보인다
상대를 타고 올라 죽음에 이르게함은 자연의 섭리다 담쟁이는 줄기에 뿌리를 내리므로 자그만 나무는 놔둔다 요즘 거대공룡기업이 스러짐은 이 숲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견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조금더 오르니 얼마전까지도 예쁜꽃을 보였던 산부추가 생을 다해간다 그 뒤로는 붉은 열매를 자랑하던 누리장나무도 새카맣게 말라 이승과의 이별을 고하고 있다 요즘 어려운 우리들 아버지의 마음도 저 열매 만큼이나 검게 타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숲길 여행은 시작부터 슬픔의 연속이다
잠시 서서 자연의 공기를 들이 마신다 수많은 이야기와 그림이 녹아있는 공기 참으로 맑고 정갈하다 숨쉬면서 담백하다고 할까 달다고 할까 편안하고 포근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느낌이 참으로 시원하다 매연이나 담배연기 생각만 하면 이 숲은 천국이다
잠시 쉬고난 뒤라 걸음이 가볍다 몸을 돌려 뒤에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조금 내려가니 우산나물이 말라있다 지난 여름 커다란 잎을 우산마냥 펼치고 비를 맞으며 산개구리 쉼터도 제공했던 우산나물도 찢겨진 우산마냥 이제는 그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않는다
중턱즘 내려와 계곡에서 다시능선을 탄다 이곳은 진달래 군락지 겨울눈을 간직하고 봄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싶어 일부러 방향을 잡은터다 나에게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줄 모습을 기대하며 역시 진달래는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가운 모습에 잠시 봄 진달래 만개한 모습을 상상한다
이제 산어귀 군사시설인 철조망이 보이고 곧 길이 나오리라 노간주나무가 길게 솟구치며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나 여기 힘차게 살아있어요" 하고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채 우리 모두에게 소리치고 있다 모두스러져도 난 꿋꿋하다고
그것만이 아니었다 발 밑을 보니 노루발이 스러짐의 연속인 숲에서 정말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낙엽속에서 푸르름을 뽐내며 힘차게 노래하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을--
이제 길이다 헌데 접도구역 노랑팻말의 당당함이 보인다 요 며칠사이 길을 넓힌다고 벌목한 현장이다 이곳엔 백당나무,사위질방,그리고 댕댕이덩굴, 칡덩굴 군락지였는데 내년엔 아름다운 모습 보기가 힘들게 됐다 여기 숲길 도로변에도 감원바람 구조조정이 일고 있는것 같아 서글프다 행정의 위대함이다
도로로나와 걷는데 길에 쓰여진 팻말이 나에게 말을한다 세상은 위험하니 뭐든지 천천히 하세요 돌아가세요 자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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