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소재를 찾아 인천까지 갔습니다.
옛집이 남아있는 산동네.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며 걷기를 두어 시간
내려오는 길, 북성동 차이나타운과 만났습니다.
가게 앞에 진열된 빵, 낯이 익었습니다.
'아 공갈빵이다!'
서울로 전학 왔던 초등학교 시절,
학교 오며 가며 보았던 중국집 진열장에 놓인 빵,
노르스름한 모습에 입에 군침이 돌았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던지요. 며칠을 별러
용돈 아낀 돈으로 샀습니다.
종이봉투에 담아준 빵,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입에 넣자 '와작!'하며 깨지는 빵.
텅 빈 속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쩐지 가볍더라. 내가 촌놈인 줄 알고 속였구나.
서울은 낮에도 코를 베어간다더니
빵도 속여먹는 곳이구나. 앙꼬도 안 넣고 맛도 없고'
준돈이 아깝고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났었죠.
그랬던 빵이었습니다.
또 사들고 집에 왔습니다.
추억을 더듬으며 깨뜨려 먹어보니 의외로
고소하고 달콤한 게 맛이 있었습니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공갈빵의 진가는
'속을 비우고도 맛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구나 , 뭐든 채우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온 나에게
빵은 '파삭' 바스러지며
말하네요
" 속을 비우고도 맛있게 살 수 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