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는 것 / 칡뫼
시를 읽는다는 건
맑은 영혼과의 만남이다
시를 보는 것은
답답한 내 가슴에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시 읊조리는 소리는
삶에 지친 농부 꺾인 허리 펴면서
내뱉는 긴 한숨 진양조 가락이다
시를 느낀다는 건
리트머스시험지 물들듯
낯선 영혼이 내 몸에 스며드는 것
시에 젖는 것은
자신의 설움에 겨워 숨 죽여 속울음 우는 것
시를 만나려면
가식의 겉옷과 숨겨진 속옷까지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어야 한다
나는 오늘도
글자와 글자 사이 행간에 몸을 누이고
영혼의 묵은 때를 벗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