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 칡뫼
백수를 바라보는 등 굽은 외할머니
참새 짝짓느라 시끄러운 봄날에
당신 닮은 호미 들고 완두콩을 심으신다
주름진 씨앗 한 알 두 알 흙 덮다가
못나고 잘난 자식 걱정 병 다시 도져
가슴 속 긴 한숨 밭두렁 털썩
저 멀리 산 바라본다
어릴 적 나물 캐며 재잘대던 문수산은
희뿌연 황사 먼지 눈물 속에 아련한데
가까이 밭 둔덕엔 노란 민들레
꽃다지, 꽃마리 흰 노랑 봄맞이꽃
개불알풀, 제비꽃 남색 눈부시고
연분홍 광대나물
저 잘난 체 피어있다
청가시덩굴 뚫고 큰 뒷동산 참나무
가슴에 상처 품어 슬프도록 어여쁜 날
무심한 세월이 숲 사잇길로
늙은 농부 자전거 타듯
소리 없이 지나간다.
2009,4,8- 2014,1,13
얼굴 1983 장지에 먹 칡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