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 칡뫼
벽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화
걸려있던 마른 장미다발, 사랑을 비춰보던 거울이 떨어지고
가족사진과 마지막으로 벽시계가 떼어지자 순간 시간도 함께 걸어 나갔다
덩그러니 홀로 남은 벽
가슴에 못자욱이 선명하다
풍경화가 걸리면 저 멀리 아름다움이 보이는 창이 됐으며
아기사진이 달리면 행복의 창도 되었고
생일선물 꽃다발을 매달아 사랑을 증거했으며
뭐든지 비추는 거울은 진정 으뜸창이었다
벽시계가 걸리던 날
에누리 없이 시간을 재는 야박한 창도 만들어졌다
못이 박혀서라도 아름다운 창이 되고 싶었다
가슴에 못 박힐때 고통과 두려움에 온몸이 부르르르 떨렸다
답답한 벽이라는 원죄의식을 벗고 싶었다
창이 되고자 했던 이유다
못 박히는 고행이 끝나고 걸린 창이 많아지자
벽은 이상스레 모두에게 잊혀져만 갔다
사랑이 식은걸까?
이삿날
창이 떼어지고 벽은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침묵이 채워진 방, 사랑이 떼어진 자리에는
창 닮은 하얀 그리움이 네모 혹은 동그라미로 남아 있었다
벽은 어둠속에 다시 벽이 되고
외로움이 밀려오자 깨달음도 덤으로 달려왔다
가슴에 창을 품어 사랑했으나
항상 창보다는 커서 창이될 수 없는 존재,
벽은
자신이 커다란 벽이었음을
깨닿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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