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단오다
옛 선비들은 단오절이 되면 지인에게 부채를 선물했다고 한다.
어설픈 솜씨지만
가끔 몇 해 전부터
부채에 그림을 그려 선물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그 많은 부채가 내손에는 하나도 없다
하긴 들고 다니다 여기저기 흘린 게 맞다
술에 취해 놓고 나오면 지인이 챙겼겠지 하고
잊곤 했다.
올해도 또 누가 가져갈 것이다.
임자가 따로 없다.
이젠 호주머니가 가난하니
비싼 합죽선 대신 원선에 붓을 댔다.
소망이 있다면
그저 부채바람처럼 시원한 세상을 그려 볼 뿐이다
나는 사군자를 안 그리는 대신 새우나 게를 즐겨 그린다
사실 새우는 이런 뜻으로 그렸었다
그럼 게는 왜 그릴까
내게 게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보여진다
자기를 보호하느라 딱딱한 껍질을 쓴 모습하고
어떨수 없이 정도가 아닌 횡보를 하는 모습하며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오똑 나온 눈이
영락없는 우리들 모습이 아닌가.
- 글, 그림 칡뫼 김구 -
'문인화, 삽화. 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두 (0) | 2016.10.04 |
---|---|
삽화/마늘 (0) | 2016.07.13 |
그동안 그린 얼굴들 (0) | 2016.03.12 |
조호성 (0) | 2016.03.11 |
입체글씨~ 재미 삼아 해봤어요 (0) | 2016.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