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란에 솥단지가 걸리고 장작불이 지펴졌다. 낼모레면 정월이었다. 우물가 숫돌 곁에는 뾰족한 창칼이며 커다란 부엌칼이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발목 묶인 까만 돼지 입에선 숨 쉴 때마다 허연 김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가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방 안으로 쫓겨 들어온 나는 창호지 사이 쪽유리에 눈을 들이대고 밖을 살폈다. 돼지가 소리를 질러댔다. 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는가 싶을 때 우물가엔 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멱따는 소리는 사라졌지만 붉은 피는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붉은색은 나에게 공포가 되었다.
위의 글은 얼마 전 펴낸 책 '고양이처럼 출근하기'에 삽입된 글 '색으로 된 세상'의 일부로 붉은색에 대한 인상을 적은 글이다.
토끼나 고라니와는 달리 돼지는 조용히 잡히는 동물이 아니다. 이리저리 뒤죽박죽 언제나 시끄럽다.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죽기 전까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을 친다.
용산돼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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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하니 칡뫼 처음 책 내고 책자랑도 못했다ㅠ
#고양이처럼 출근하기
#돼지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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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출근하기 | - 교보문고
고양이처럼 출근하기 | 이번 책 〈고양이처럼 출근하기〉는 유년 시절 이야기를 비롯하여 어렵던 시절 이곳저곳에 기고했던 글과 평소 그림에 대한 나름의 생각, 비평문, 기행문 등을 엮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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