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 칡뫼
길위에 길이 있었다
바닥에 누워 낮게 살아온 삶
밟히고 치인 세월에
갈비뼈가 앙상하다
길은 또 다른 단절
이어짐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빨간불에 좌로 밟히고
파란불에 우로 치였어도
오직 느리고 더딘자를 위해 살았다
비 내리는 가을밤
갈라지고 터진 몸둥아리
송장처럼 검은바닥에 하얗게 누워 있었다
그 위로 가로수 이파리 꽃 되어 뿌려지고
고개 숙인 가로등이 빠알갛게 젖은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