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횡단보도 --자작시

칡뫼 2009. 10. 24. 17:57

 

 

횡단보도              /   칡뫼

 

 

길위에 길이 있었다

바닥에 누워 낮게 살아온 삶

밟히고 치인 세월에

갈비뼈가 앙상하다

 

길은 또 다른 단절

이어짐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빨간불에 좌로 밟히고

파란불에 우로 치였어도

오직 느리고 더딘자를 위해 살았다

 

비 내리는 가을

갈라지고 터진 몸둥아리

송장처럼 검은바닥에 하얗게 누워 있었다

그 위로 가로수 이파리 꽃 되어 뿌려지고

고개 숙인 가로등이 빠알갛게 젖은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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