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사랑과 불륜

칡뫼 2016. 6. 23. 09:42

 

 

     사랑과 불륜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이었던 김민희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감독 홍상수와의 뜨거운 관계가 연일 화제다. 나이 22살 차이에 유부남인 감독과 잘 알려진 여배우와의 일이니 일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소재다. 감독과 영화배우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카메라 앵글로 배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도 되고 일을 핑계로 만나기도 쉽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극적인 사랑은 대부분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되었다. 아니 사랑은 원래 즉흥적으로 우연히 시작되는 것이다. 세기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8세와 심슨부인의 사랑도 그랬다. 에드워드8세는 파티에서 만난 심슨부인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을 싹 틔었다. 심슨부인은 당시 재혼한 몸이었다. 영국인들은 이혼전력이 있고 미국인이던 그녀가 영국의 왕비마마가 되는 것을 싫어했다. 반대 여론을 접한 에드워드국왕은 결국 왕위를 내려놓고 사랑을 택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다. 일제치하 함흥영생여고 교사였던 백석(본명 백기행)시인은 회식자리에서 김영한, 당시 기생이었던 진향을 처음 만나 반했다. 진향은 수필도 쓰며 일본유학까지 했던 재원이었다. 백석은 당시 관습대로 결혼은 했으나 아내의 손목 한 번 안 잡고 집을 나온 젊은이. 사랑 없는 결혼은 의미가 없다 생각했을까. 둘은 사랑했지만 결국 남북으로 갈려 생을 마감했다. 남한에서 큰돈을 번 김영한(자야, 백석은 영한을 자야라 불렀다)이 전 재산을 털어 시주(길상사)한 일과 백석이 자야에 대한 수많은 시를 남긴 것이 몇 년 전 해금 후 발표되어 인구에 회자되곤 하였다.

     기혼의 박목월 시인이 여대생 제자를 사랑한 예도 있다. 둘은 제주도로 줄행랑을 쳤고 수소문을 한 부인이 두 사람 사는 집을 찾아 도리어 돈 봉투와 옷가지를 주고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며칠에 걸친 여학생 부친의 설득으로 여대생은 아버지와 함께 섬을 떠나고 목월은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한탄했다는 이야기다. 이 장면을 후배 시인(양중해 )이 적었고 결국 노래 <떠나가는 배>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한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네 사랑도 그렇다. 그 애절함 또한 어디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부모님 사랑도 그랬고 우리 자식들 사랑도 그럴 것이다. 사랑이 누구에게나 절절하고 애틋한 것은 본인만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부로 탓할수도 없는 것이다.

     사랑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인지도 모른다. 감정에 솔직한 것이 사랑이다. 논리가 앞서고 이성이 지배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감독은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진정 아내를 사랑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난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내 길을 갈 뿐이다."

     "난 여태껏 만난 누구보다 아름다운 남자를 만났어,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난 나 일 뿐이야. 내 사랑이 제일 중요해"

두 사람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 불륜일까? 그것은 질문이 잘못됐다. 사랑은 사랑이고 불륜은 불륜이다. 어쩜 사랑은 당사자의 몫이고 불륜은 타인의 시선인지도 모른다.

                                                -칡뫼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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