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를 두 해 넘기신 아버님께서 올해도 어김없이 마늘 농사를 지으셨다.
갈수록 그 양은 줄지만 감자며 고추, 들깨까지 농사를 놓지 못하신다.
그림 그리다 살그머니 텃밭에 가보니
엊그제 캐 놓은 마늘을 어느새 새끼줄로 엮어놓으셨다.
칼로 줄기를 잘라 다듬어 드리자 당신 드실 건 알이 작은 것으로
자식 나눠 줄 건 튼실한 것으로. 농막에 걸고 여기 저기 쌓아 놓으신다.
그런데 묶인 마늘이 한두 개 술술 빠지는 것이 있었다.
목수일 농사일 하시던 젊은 시절, 손힘도 좋고 일도 야물게 한다는 소리를 듣던 분이셨다.
그런데 이제 마늘도 맵게 못 엮으시는 것이다.
알큰한 마늘 향이 오늘 따라 유달리 코끝에 찡하다.
'삶의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이 결혼하네요 (0) | 2017.11.29 |
---|---|
뱀 (0) | 2017.08.06 |
낙원상가 아래에서 만난 낙원 (0) | 2017.05.12 |
소설가 윤정모. 자기 앞의 생 (0) | 2017.04.09 |
광화문에서 (1) | 2017.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