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틈이 나면 뒷동산 무덤가나 농장 주변 숲을 자주 찿는다.
그곳에 가면 풀, 꽃, 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고 고향에 온 듯한 평온함이 있다
잡념이 사라지고 새소리 바람결 그리고 풀내음 나무향 그 모든것이 나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준다
오늘도 숲을 찿았다. 숲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오르는 숲길 어귀에
노오란 '미나리아재비'가 바람에 살랑살랑 몸을 맡기고 있었다. 미나리아재비
"미나리아재비" 참 정겨운 이름이다.
아재비란 아저씨의 다른말이다. 이 꽃은 미나리 같이 생겼으나
미나리는 아니고 미나리 아저씨 쯤 된다는 말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
이처럼 꽃이름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 준다.
우선 꽃이름은 생긴모습을 보고 지어진 것이 많다 .
잎이 영낙없이 우산같아 우산나물, 잎이 톱모습이라 톱풀, 여우꼬리,
지느러미엉겅퀴,노루귀,물레나물,수염가래꽃,쥐똥나무, 화살나무
주름조개풀 ,청가시덩굴, 층층이, 타래난초, 해오라비사초, 족제비싸리,
좀 껄끄런 이름 개불알풀,개불알난이 있는데 요즘은 봄까치꽃,복주머니난
으로 개명하여 많이 부른다.
꽃을 잘 몰라도 그림이 그려지는 이름이다.
우산나물
색을 가지고 생각해본다.
우선 까마중, 붉은서나물, 주홍서나물, 유홍초, 자주달개비,
자주개자리, 자주쓴풀, 자란, 은대난초, 금마타리,은마타리 등이 있다
조금 산길을 오르다 보니 양지바른 잔디 위에 "땅비싸리"가 피어있었다.
"땅"자가 붙으면 낮고 작은것을 의미한다 싸리나무 보다 작은 싸리란 말이다
실제로 이나무는 키가 무릎을 넘지 못한다.
이처럼 꽃이름에 붙는 접두어가 꽃을 이해하는데 참으로 중요하다.
자주개자리 땅비싸리
자주개자리
또 이름을 생각해 본다. 은대난초
"각시"는 작고 아담한 것 각시붓꽃, 각시취,
"애기"는 마찬가지로 연약하고 작은것으로 애기나리,애기원추리,애기현호색 등이 있고
"왜"는 일본에서 왔거나 역시 작다는 의미로 왜현호색,왜제비꽃,왜솜다리,왜당귀,왜골무꽃,
"병아리"도 작고 앙증맞고 아담하다는 의미로 병아리난초,병아리풀,
"큰" 은 글자대로 큰 것 큰구슬붕이,큰복주머니난,큰꿩의비름,큰까치수염,큰꽃으아리,도 있고
"왕"도 키가 크다는 의미로 우리가 잘아는 왕고들빼기, 왕골,왕원추리 등이 있고
"참"은 진짜라는 의미가 있으며 크다 실하다의 상징으로 참나리,참꽃마리,참개암, 참갈퀴덩굴
"말"은 크다 억새다로 말나리, 말냉이
"수리"도 크고 웅장하다는 의미로 쓰여 수리취가 있다
그동안 꽃이름을 곧잘 외었는데 이름이 이리도 빈약하게 떠오르니 실은 아는게 없는거다.
그동안 적었던 노트를 뒤지니 머리가 힘들어 한다 .
ㄱ,ㄴ,ㄷ, 순으로 확실히 보고, 사진찍고, 공부한 것만 노트에 적었는데 이정도 뿐이
적지 못한게다.
다시 또 생각나는대로 --
"선"은 곧추서다의 의미로 선씀바귀,선괭이밥,
"눈"은 드러눕다, 처지다의 의미로 눈개승마, 눈양지꽃등이 있고 각시붓꽃
그런데 재미있는 접두어가 있는데
"너도",와 "나도"인데 너도밤나무 란 식물이 있다. 이나무는 울릉도특산종으로 알고있는데 열매는 밤가시열매와 비슷한 모습의 열매가 달린다 .
"너도 밤나무냐 ? " 란 식으로 불리다 이름이 됐으니 얼마니 친근한 이름인가
마찬가지로 " 나도" 란 말이 붙어 들이미는 이름도 있다. 나도냉이, 나도바람꽃, 나도옥잠화, 나도밤나무가 있다 (밤나무와다른종으로 잎만비슷함).
둘 다 본초와 다른 종이거나 유사종인데 생김새가 흡사할때 붙는 접두어다
웃음이 나는 대목이다
이왕 이야기 꺼낸것 부족하지만 보태본다
식물이 자라는 위치에따라 "갯" 이 있는데 바닷가나 냇가를 말한다 . 갯메꽃,갯버들,갯질경이 타래난초
"두메"는 금새 알겠고 고산식물이다. 두메양귀비, 두메투구꽃, 두메냉이 ,두메잔대로
나도 진품은 못 본것이 많다.
"벌"은 벌판을 말한다 요즘 한참피는 벌노랑이,벌판에 피는 노란꽃쯤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난 이 꽃 모습을 담을때면 모습이 날아다니는 벌 같아서 붙은 이름이란 생각도 든다 .
그외 벌개미취, 벌깨덩굴, 벌등골나물등이 있다
"물"은 물이거나 습한곳에서 잘자란다는 의미로 물옥잠화 ,물봉선, 물매화,
"돌"은 돌 돌마타리, 돌단풍,
"산" 은 산이고 산수국, 산구절초, 산오이풀,--
"섬"은 섬이다 섬백리향, 섬초롱꽃, 섬천남성, 섬기린초, 등 특산식물이 많다
"바위"도 바위고 바위취가 있겠다.
"골"도있다 골은 골짜기를 뜻한다 또는 잎에 골이져서 붙기도 한다. 골고사리, 골등골나물 큰구슬붕이
"구름"도 있다 이름을 보니 높은 산에 있는듯 - 구름국화, 구름패랭이 --
그리고 생각이 났는데
"뱀"도 있는데 뱀딸기, 뱀무 처럼 맛이 떨어지거나 본초에 비해 열등함을 의미한다.
돌아 다니는 뱀이 먹어서가 아니다
"새"도있고 작거나 품질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새머루, 새콩, 새삼,등
"개"도있다 "새"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비아냥도 묻어있다 개살구,개망초,개여뀌
그리고 다시 형태로 보면
"가는" 가는잎구절초, 가는오이풀,
"가시" 청가시덩굴, 가시오가피, 가시연꽃, 가시엉겅퀴
"긴" 긴담배풀,긴산꼬리풀 벌노랑이
"갈퀴" 갈퀴덩굴, 갈퀴꼭두서니
"끈끈이" 끈끈이주걱, 끈끈이대나물, 등이 있다
이정도면 약간의 정리가 된 듯한데 또 떠오른다
그리고 미꾸리낚시가 있고 (줄기에 갈고리가 낚시바늘처럼 역으로 나있음
실제로 고기잡았다함)
내가 좋아하는 고마리가 있고 (일설에 의하면 물가에 자라는데 물을깨끗하게 해줘서
고마워서 고마리 라 하는데--)
씨가 옷에 잘 달라붙는 가막사리가 있고 (씨의 모습이 어부들쓰는 창 모습 가막살을 닮아서)
타래난초가있다 (꽃핀 모습이 실타래 모습으로 빙빙 꼬여 피어남)
미국가막사리 물봉선
도깨비풀이 있으며 털진득찰이있다 모두 잘 달라붙는 식물이다.
애기똥풀도 있다(줄기를 자르면 노란 진액이 나오는데 애기 똥을 연상해서)
숨돌려 잠시 쉬다보니 다시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잘아는 풀 "개망초""망초"가있다 한일합방때 많이 성했다고 부른 이름이란다
"염주괴불주머니"도있다 (씨모습이 염주다발처럼 열린다, 꽃모습은 주머니모습이고)
옥잠화는 옥으로 만든 비녀모습이라 붙인 이름이다
소리쟁이는 바람불면 소리가 난다고 소리쟁이다
광대나물은 색감이며 모습이 영낙없는 어릿광대 닮았다. 레이스를 닮은 잎모습까지--
봄에 노란꽃이 피는 생강나무는 줄기를 자르거나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
물레나물은 여름에 피는데 꽃잎모습이 물레의 살처럼 생겼다
피나물도 있고 이름대로 줄기를 자르면 누런피 같은 진액이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나무는 한자말로 껍질을 사용하는 피(皮)나무다
쇠뜨기는 소가 잘먹는다 해서
꽝꽝나무도 있고 (나무를태울때 나는소리땜에)
딱총나무도있다 (가지가 부러지면 딱하고 소리가나서 총소리를 연상)
굴참나무는 원래 나무수피에 골이 패여 골참나무였다가
굴참나무로 됐다 (코르크의 원재료) 개망초
미스킴라일락도 있다 이 나무는 말좀해야 한다 우리말로 "수수꽃다리"란 나무
흔희 라일락이라 부르는 나무다. 향기가 좋아 정향나무라 한다
해방후 북한산에 있던 개회나무(같은이름이다) 종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되어 전세계로 수출되는 나무됐다.
또 나리꽃이 있다. 털중나리,참나리등 이꽃도 원래는 우리나라 일본에 있던 종인데 유럽사람들이 가져가 개량하여 네덜란드는 백합을 수출하는 세계최고 원예국가가 됐다 백합의 순우리말은 "나리" 다
이처럼 식물도 이제 국경이 없다. 우리가 친근하게 여기고 공감하는 식물을
공부해보면 의외로 원산지가 외국인 외래종이 많다
환삼덩굴, 코스모스,미국자리공, 자주개자리,끈끈이대나물, 개망초, 서양민들레, 등등 너무나 많다. 하지만 우리땅에 자리잡고 꿋꿋한 생명을 유지하는
그 자체가 우리의 자산이며 우리 후손에게는 정서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추후에는 약재나 아직도 잘 모를뿐인 성질을 가진 귀중한 보물덩이다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모든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름중에 으뜸은 이야기가있는 이름이 아닌가 한다
" 며느리밑씻개"가 있고 닮은 "며느리배꼽"이 있으며 사위질방
"사위질방"이있고 같은 덩굴식물 "할미밀방"도 있다
이들 식물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차츰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만 정리한다
궁금한 사람은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끝이 없어 접어야겠다
얕은 지식에도 이리 복잡하니 세상은 참 넓고도 크다는것을 알겠다
오늘 글을 쓰며 정이해 보니 나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오늘 숲길산책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노루발 꽃이 핀 모습을 보고야 만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 풀도 잎모습이 노루발 모습, 발자욱 같다
노루발꽃 고마리
겨울산 다 스러져 갈색만 있던 산중에 눈속에서도 푸른잎으로 추위속에서도 독야청청했던
그래서 어렵던 시절 나에게 희망을 노래해줬던 노루발이다
오늘 내앞에서 꽃을 보여줬다
이천구년 유월 / 칡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