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우 (雷雨) 뇌우 (雷雨) / 칡뫼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빠지-직 불호령이 내리고 천둥소리 무섭다 하느님이 야단맞고 있다 하느님 아버지에게 어찌 만든 세상이 요 모양 요 꼴이냐고 속이 상한 하느님은 울컥 눈물이 났다 억수같이 비가 내린다 자작시 2010.07.24
1980년 5월 1980년 5월 / 칡뫼 일천구백팔십 년 오월 화창한 봄날 난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삼시 세끼 밥도 잘 먹고 잠도 자알 잤다 내 나이 스물하고도 넷 피 끓는 젊음이었는데 까맣게 몰랐다 하늘이 무너졌는데 땅이 갈라졌는데 자작시 2010.05.18
춘설 춘설 春雪 / 칡뫼 복수초에 변산바람꽃 풍년화, 노루귀 예쁘게 피었다고 지상紙上에서 호드기 불 때 아닌데 아직은 아닌데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린다 재개발 제4지구 시장골목 모퉁이 두툼한 외투에 털모자 잉어빵장수 .. 자작시 2010.03.10
봄 봄 / 칡뫼 조급한 마음이 일찌감치 흘러내린 골짜기엔 기다림이 고로쇠나무 어깨 쯤 차오르자 변산바람꽃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얼음박혀 겨우내 짓누르던 아픔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술항아리 씌운 낡은 솜이불처럼 빛바랜 낙엽덮고 속몸살앓던 흙은 병치레로 몸이 스폰지케익처럼 부풀었.. 자작시 2010.03.04
왜가리 --자작시 왜가리 / 칡뫼 하얀 겨울 김포평야 한가운데 외로움이 서 있다 언제부터 입었을까 잿빛 두루마기 푸른물 발 담그고 고기잡던 이야기 모두 흘려보내고 고독을 외투삼아 움추린 영혼 가끔 늙은백로 놀러와 강남 아니 못 간 사연 물어오지만 못 들은체 사박사박 꿈이었던 커다란 날개 펼치.. 자작시 2010.01.23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면 / 칡뫼 눈이 하얗게 내리면 이 나이에도 가슴이 설레는 건 토끼 쫒던 어린시절 그리워서 아니고 첫눈 오면 만나자던 철부지사랑 생각나서 아니며 눈 길, 아줌할미 뛰뚱아장 어린애 되는 동화같은 일 때문도 봉창封窓 밝아 늦잠잔 줄 안 놀란 새각시 얼굴 떠올라서도 아니다 또한 지난 봄 .. 자작시 2010.01.18
전류리 포구 전류리 포구 / 칡뫼 한강 끄트머리 전류리포구 세월이 흐르고 있다 외로운 고깃배 목숨 줄 대추나무 걸린 가오리연처럼 삶 위에 동동 떠 그물 걷는 어부 태백산 검룡소 목 매 죽은 천년주목 이슬방울 두물머리 농다지고개 넘어 시집간 누이 눈물, 김포 너른 들판 부둥켜안고 흘린 농부 비.. 자작시 2010.01.03
묵묵부답 / 송년시 사진 칡뫼 김구 묵묵부답 / 김형구 그대 무얼 잡으셨나요 잼재미 배울 때 벌써 알았죠 잡아야 사는 세상이란 걸 싱싱한 시어 몇 마리 건져 정 고픈 세상 불려는 보았나요 고운 물감 버무려 고단한 삶 위로는 해봤나요 가난한 영혼 다독일 아름다운 선율 하나쯤 엮으셨나요 ‥‥묵묵부답‥.. 자작시 2009.12.19
싸락눈 -자작시 싸락눈 / 김형구 네 귀퉁이 떼어먹고 남은 고사떡 닮은 회나무재 자갈논 신작로 박수무당 손에 끌려 열네 살 분이는 팥고물 눈물 흘리며 뒤돌아보고 되돌아보고 멀리 무당길을 떠났다 동네마루 지팡이 몸 기대고 배웅 나온 당집 무당할미 굽은 등 위로 하얗게 싸락눈이 내렸다 어여 어여 .. 자작시 2009.12.16
바람을 만나보려면 --자작시 바람을 만나보려면 / 칡뫼 바람을 만나려면 가을에 화왕산(火旺山)에 가라 옷벗어 하얀자태 드러낸 귀비(貴妃)같은 억새풀을 꽃뱀, 혓바닥 낼름거리듯 보듬고 있을테니 - 바람을 보려면 겨울에 순천만(順天灣)에 가라 삶에 지쳐 누렇게 널부러진 갈대를 어미소, 송아지 어루만지듯 핧아주고 있을테니 -.. 자작시 200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