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자작시 동창 / 칡뫼 바다처럼 검푸른 칠판에 흰 수평선 공간이 그어지고 공룡을 보고 단군왕검도 만나고 온 하얀시간이 수직으로 내려왔다 그들의 이름은 x와 y였다 두 선이 만나는 점에 0 이라 쓰신 수학선생님 골치아픈 수업을 시작했을때 우린 하나의 흔적이었다 배움이란 계절은 깊이를 느껴보기도 전에 .. 자작시 2009.11.16
11월 --자작시 십일월 / 칡뫼 숲에 사는 새들은 안절부절못하였다 어제 내린 비로 그나마 조금이던 몸가리개 이파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열린 나뭇가지 사이로 들이닥친 차가운 햇볕은 빚쟁이 안방 차지하듯 숲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나무 그림자의 가늘고 긴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모든 것이 휑하니 드.. 자작시 2009.11.10
파산 파산 / 칡뫼 타악 마른하늘에 돌콩 꼬투리 까맣게 터지자 소리에 놀라 산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도르르 말리고 버티던 종아리 앙다문 손아귀 힘이 빠졌다 낙엽에 낙엽 지듯 별처럼 눈 뜨고 풀처럼 엎드려 지낸 칠흑 같이 하얀 밤 세상 아직 흙먼지 가득한 데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길을 .. 자작시 2009.10.29
횡단보도 --자작시 횡단보도 / 칡뫼 길위에 길이 있었다 바닥에 누워 낮게 살아온 삶 밟히고 치인 세월에 갈비뼈가 앙상하다 길은 또 다른 단절 이어짐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빨간불에 좌로 밟히고 파란불에 우로 치였어도 오직 느리고 더딘자를 위해 살았다 비 내리는 가을밤 갈라지고 터진 몸둥아리 송장.. 자작시 2009.10.24
민달팽이 - 자작시 민달팽이 / 칡뫼 "꺄-악" 비명소리 딸아이다 "왜그래" "벌레" 민달팽이 한마리가 목욕탕 타일벽에 붙어 있다 물을 끼얹고 하수구로 떠내려 보냈다 안 떨어지려는 몸짓 누런 배를 들어낸 채 나뒹그러져 떠내려간다 다음날도 같은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놀랄까봐 내가 먼저 발견했을 뿐 정지라는 커다란 .. 자작시 2009.10.21
벽 벽 / 칡뫼 벽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화 걸려있던 마른 장미다발, 사랑을 비춰보던 거울이 떨어지고 가족사진과 마지막으로 벽시계가 떼어지자 순간 시간도 함께 걸어 나갔다 덩그러니 홀로 남은 벽 가슴에 못자욱이 선명하다 풍경화가 걸리면 저 멀리 아름다움이 보이는 창이 됐으며 아기사진이 달.. 자작시 2009.10.18
가을 숲 늦가을 숲 / 칡뫼 나홀로 숲을 찾았다 걸음마다 사각- 사각- 어느 새 알았을까 박새 잰 소리로 낯선 손님 알린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가 된다 시끄럽던 손님맞이가 끝나자 숲은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스러지는 잎새 누구도 말이 없다 무성영화처럼 가끔 소슬바람이 긴 한숨 내쉬며 작업.. 자작시 2009.09.30
자작시--강아지풀 강아지풀 / 김형구 봄부터 난 거기 있었고 여름 지날 때 버스 기다리던 아이 무심코 날 뽑아 입에 물었다, 볼 간지르다 차가 오면 날 버리고 가곤 했지 이 가을 아직 나 여기 있는데 하늘 하늘 바람에 흔들려도 억새에만 눈 주고 날 모른체 하네 자작시 2009.09.04
매미울음 매미울음 / 칡뫼 매미가 운다 삶이 서럽다고 서러-움- 서러-움 - 가는 세월 쓰리다고 쓰라--림- 쓰라--림- 내 사랑 찾아 달라 사아-랑- 사아 -랑- 땡볕에 빨간 고추 가르는 홀로되신 할미에게 보채기를 한나절 서러-움- 서러-움- 쓰라--림- 쓰라--림-- 사아-랑--사아-랑-- 가는귀 잡수신 할미도 참.. 자작시 2009.08.24
시를 읽는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 / 칡뫼 시를 읽는다는 건 맑은 영혼과의 만남이다 시를 보는 것은 답답한 내 가슴에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시 읊조리는 소리는 삶에 지친 농부 꺾인 허리 펴면서 내뱉는 긴 한숨 진양조 가락이다 시를 느낀다는 건 리트머스시험지 물들듯 낯선 영혼이 내 몸에 스며드는 .. 자작시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