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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자들

사실 이번 전시 '황무지, 우상의 벌판' 전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그린 전시였다. 그들의 민낯을 이미지로 드러내고 싶었다. 그로 인해 버려진 존재들에 대한 생각을 환기하고 싶었다.전시 중 들르신 백정희 작가님에게 전시와 함께 출간한 화문집 을 선물하니 다음날 자신의 책을 들고 오셨다. 전태일 문학상 수상작 이었다. 사실 읽고 싶었지만 읽지 않은 책이었다. 일찍이 조세희 선생의 을 읽고 나의 슬픈 어린 시절이 떠올랐던 기억 때문이다.나는 60년대 서울로 전학 와 살며 동교동 판잣집에서 살았었다. ㅡㅡ가난 때문이었을까. 판자촌에서는 하루가 멀게 싸움이 일어나고 아이들 울음소리로 지새는 날이 많았다. 그때 마침 소란스럽게 기차가 지나가면 아기울음이 멎거나 부부싸움이 그치기도 했다. 서울생..

카테고리 없음 2024.12.06

양시영 ' 마이카' 사진전

양시영작가의 사진전이 브레송 갤러리에서 열렸다. 많은 전시를 다녔지만 이렇게 따뜻한 사진전은 보기 드믈다.작품 속 인물과 작품 속 공동체와 함께한 작가의 작업태도 때문이다. 열림식에는 사진과 함께한 동네주민 분들이 많이 오셨다. 양시영 작가는 사진을 통해 사회 현장과 동화할 줄 아는 작가다. 예술의 생활화라랄까. 삶자체가 사진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기록성 현장성이 도드라진다. 사진은 이제 신기하거나 어려운 매체가 아니고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을 깊이 이해한 전시랄까. 마이카라는 주제로 연 이번 작품전은 35년여 직장생활의 기록이다. 퇴직을 앞두고 마련한 전시회다. 기록은 직장생활과 맞닿아 있다. 자동차 세일즈맨으로서 고객이 차를 구입한 행복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근대를 넘어 산업사회..

카테고리 없음 2024.12.03

<겨울나무> 고양이처럼 출근하기

하얀 눈은 누구에게나 희망을 이야기하나 봅니다. 환한 세상을 만들어 주니요.살면서 가슴에 새긴 어두운 삶의 그늘을 잠시지만 덮어줍니다.페친께서 설경사진을 너도나도 공유하니 저도 이번 전시와 함께 만든 책'고양이처럼 출근하기' 속에 삽입된 눈 내린 풍경이 떠올랐네요.그림과 함께 수록한 짧은 글를 공유해 봅니다----------겨울나무 겨울나무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살면서 설자리를 찾는다는 것과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물며 그 자리에서 일가를 이룬 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상처를 입을망정 거짓된 삶은 애당초 없었다. 허공을 향해 무모하리만치 존재를 알리려 애쓸 뿐. 뻗은 가지마다 세월이 맺혀 있다. 위로 가려다 막히면 내..

카테고리 없음 2024.12.02

고양이처럼 출근하기 리뷰글

‘가난한 이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커피집’, 쉰다섯 번째 이야기: “가을 밤, 커피와 책“가을 밤이 점점 추워집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려 밤을 새우며 책을 읽었습니다. 책상위에 쌓인 책을 한 줄도 읽지 못한 채 3주가 지났습니다. 고민하던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나서야 글이 눈에 들어오고 작가의 그림 같은 글을 따라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커피밀이 문 닫으라는 위기의 신호를 보내던 나날을 책을 읽으며 보냈던 시간도 떠오르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달 밝은 겨울밤 골목길을 걸으며 딸과 동화이야기 하던 그 시간도 그려집니다. 가을 빛에 색바랜 낙엽들 가지런히 말려 물감 색을 정리하듯 색채별로 모아서 꽃봉투 속에 담아두던 일, ‘다시 그 자리’ 라고 작품 제목을 붙이고는 사진 한 장 찍어 놓고 해가..

카테고리 없음 2024.12.01

전시 후 상념

간만의 평화다.전시 후 피곤한 몸을 추스르고 손장섭선생님 3주기 전과 박불똥작가 '뭥'전 개막도 보고 왔다.화목 난로 앞에 앉아 작업실 방한 칸막이를 생각하다가 눈 내린 고향집 같은 적막에 잠시 나를 뉘어본다.산다는 건 뭘까? 치열하지 않으면 죽는 존재일까? 뭐든 쟁취요 수단이고 그 성과 뒤에는 과연 행복할까?생존의 법칙 속에 우리는 민족끼리 싸웠다. 사실 전쟁 뒤에는 또 다른 거대한 힘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분단은 상처요 아픔이다. 휴전으로 포성이 멎고 살아온 세월 70여 년 이제 겉으로는 조용하다.하지만 내면에 자리 잡은 적대 감정은 알게 모르게 깊이 뿌리를 내렸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되는 현실. 세상은 은밀하게 살풍경이 되었다. 그 결과 정치는 치사해졌으며 1등이 아닌 낙오자는 황무지에..

카테고리 없음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