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에 핀 제비꽃을 보고
내가 야생화와 친해지고 깊이 사랑하게 된건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서울서 하던 일이 파산되어 고향에서 농장일을 하며 오로지 먹고 사는일과 빚갚기에 열중하던 시절이었다.
너무 힘들게 운전하며 다니던 중 졸음에 겨워 차를 길옆 빈터에 대고 잠시 잠을 청했던 터였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비비고 일어나 다시 운전대를 잡는데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노르스름한 하얀꽃 개망초였다.
시골서 뽑아버리기 일쑤였던 잡초였는데 그날따라 그 풀이 꽃으로 보인것이다
서울로 전학가 시골정서라곤 방학때와서 잠시 걸인 목축이듯 하고 다시 도시로 향했던 나였다.
그런데 먹고 살기 바쁜 내마음에 우연히 다시 고향이 보인것이다
잡초도 이리 피어나니 아름답구나, 난 그리워만 했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진정 모르고 살았구나,
그러자 모든 들풀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그 궁금증은 이름을 알게했으며 유심히 들여다보며 사랑해주니
그들은 나에게 이세상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물해주었다.
특히 누가 거들떠보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할일을 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은
나에게 무한한 감동이었다 . 그 덕분에 힘든세월을 견디어내는 힘을 얻을수 있었다
야생화를 담을때마다 느끼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면 꽃은 파르르 떤다
바람에 흔들리는것 이거나 아니면 내손이 떨고 있는것 이지만 삼각대를 설치하고 담을때도
바람이 없을때도 어떤때는 꽃이 떤다.
난 가끔 꽃이 나에게 이런말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보기나 하지 날 찍어 뭐하시려구요"
"너의 아름다움 나 혼자 보기 아까워 그러지" "아저씨만 날 보아주면 됐지 창피하게 남에게 까지-"
자기 알아주는 순정에 파르르 떠는걸까? 아닐거다.
자연의 극치인 꽃이 문명의 결정체이자 차갑고 이기적인 기계와 맞닥드려 긴장속에 떨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꽃이나 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나는 항상 조심스럽다.
내 발밑에 다른 풀꽃이 밟혀 비명을 지를수도 있고 나자신의 즐거움에
그들만의 세계를 내방식대로 재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심시간 농장근처 동네어귀를 잠시 들러보니 양지쪽에 제비꽃이 피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가만히 살펴보니 너무나 힘들게 꽃을 피우고 있다.
시멘트가 단단하게 덮혀진 길 자기 할 도리를 하느라 추운겨울 지나기를 참고 기다려
그 자그만 틈새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우리들에게 보란듯이 예쁘게 살고 있었다.
자연은 그래서 경이요 기적이란 말이 실감났다 . 산다는 건, 삶이란 참으로 고귀한 것이고
내가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눈 앞에 있었다
제비꽃
2010년 3월 24일 김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