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스케치

초복에

칡뫼 2019. 7. 12. 15:43


단오가 지나고 어느새 초복이다

옛 선비들은 단오절이 되면 지인에게 부채를 선물했는데

음력 오월 오일 단오부터 가까이 더위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솜씨지만 나도

부채에 그림을 그려 고마운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

에어컨이 생기고 덥지 않은 공간이 많아져 부채도 이젠 멀어진 물건이 되었다

하지만 여름이면 하나 정도는 들고 다녔는데

여름 지날 때 즈음이면 어인일인지 내손에는 남은 부채가 없다

우산처럼 들고 다니다 여기저기 흘리는데다

술에 취해 놓고 나오면 지인이 챙겼겠지 하며 잊곤 했다.

가끔은 앞에 있던 이가 탐을 내면 쥐어주니

임자가 따로 없는 물건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내가 부채에 그리는 그림에는 거의 새우와 게가 전부다

그릴 줄 아는 게 그것뿐이기도 하지만 나름 뜻이 있어 그린다.

새우는 작은 몸이지만 수염이란 촉각기관으로 멀리 느끼고 아니 작은 거인이요

게는 옆으로 걸으면서 두꺼운 겉옷에 오뚝 솟은 눈이 요즘 눈치

빠른 현대인 모습 같기도 한 것이다.

둘 다 작고 보잘 것 없고 눈치 빠른 소시민을 닮았다

하지만 둘 다 시원한 물에 사는 존재인데다  바닥의 동물 사체 등

물속 세상의 더러움을 없애주는 진정한 청소부인 것이다.

우리네 모습이 아니던가.

아무튼 광화문 촛불 미술행동 때도 그런 의미로 새우나 게를 그렸었다

적폐청산 말이다

 

그나저나 요즘 시국을 보면 가슴에서 열불이 난다

제발 부채바람에 더위 물러나듯

좋은 세상이 왔으면 참 좋겠다.

 

 































 




'삶의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급시우 及時雨  (0) 2020.05.09
요즘 시국에  (0) 2019.08.26
개인전을 치른지 1년이 지났다  (0) 2019.06.06
알바  (0) 2019.03.08
어금니 발치  (0) 201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