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날 김장을 했습니다. 350포기. 거의 김치공장 수준이죠. 동생들 작은집 사촌들 그리고 베트남댁 까지. 밭에 심어 거둬들이고 절이시고. 도와는 드리지만 건성이죠. 모두 김치통만 가져와 함께 담궈 가져가지요. "내년에는 힘들어 못하겠다. 니들이 담궈 먹어라" 말씀만 들은 지 벌써 몇 해 째. .. 아침 생각 2013.11.24
마당 단풍나무 뭐가 바쁜지 마당 단풍나무에 붉은 물든 줄 이제 보았네요. 하긴 새벽출근에 밤늦게 들어오니 결혼기념으로 심은 팔뚝만 했던 나무가 옆집까지 낙엽을 떨구어 미안할 지경으로 컸네요. 지난 세월 나무만큼이나 저 자신 굵게 컸는지 붉게 살았는지 자문해 본 일요일이었습니다. 아침 생각 2013.11.18
기러기가 묻네요 이른 출근길 . 앞산 절벽에 붉은 단풍이 보였습니다. 성질 급한 붉나무였습니다. 그 아래로 노란 산국이 흐드러져 있고 질 새라 하얀 미국쑥부쟁이, 그 틈새로 보라색 벌개미취까지. 가을은 어느새 색으로 향으로 우리 곁에 와 있네요. 나더러 무슨 색으로 어떤 향기로 이 계절을 맞을 거.. 아침 생각 2013.10.21
그림이 뭘까 그림이 뭘까 삼 십 여년 붓을 잡았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그림은 캔버스에 발라진 안료일 뿐이란 사람도 있었고. 그저 행위의 그림자일 뿐 내용은 중요치 않다는 사람도 있었고. 종교를 위한 도구였었고, 철학을 설명하는 방편이기도 했었고. 이념의 전도사로 국한되기도 했었고 …… 그.. 아침 생각 2013.09.26
가야할 길 비가 굵게 내리고 있습니다. 묵직하고 세차네요. 끊어질 듯 가늘게 살아 온 길. 남은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처마에서 떨어진 빗물이 땅을 파고 돌을 뚫듯, 집중이 흔적을 남깁니다. 이리저리 휘둘리고 제 길을 제대로 딛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운 아침입니다. 이제 시간이란 강박을 머리에.. 아침 생각 2013.09.13
아마 발가락도 닮았을거다 앞집 아주머니 장에 다녀오시는지 모시적삼에 모시치마, 참 곱다. 어릴 적 보았던 앞집 할머니가 환생했나, 걸음걸이 옷매무새도 똑같다. 하긴 그 어머니 그 딸이니. 우린 모르는 새, 아비 어미를 닮는다. 그래서 일까 요즘 사래가 들면 내뱉는 내 기침소리, 울 할아버지 사랑채에서 들리.. 아침 생각 2013.07.31
슬픈 존재 사람은 본래 슬픈 존재인가 오랜만에 아침부터 해가 났네요. 앞산 꾀꼬리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립니다. 어제 오후엔 농장 곁 참나무에서 매미가 울었습니다. 올 해 처음 듣는 울음소리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귀뚜라미가 울겠지요. 겨울엔 바람에 전깃줄이 운다하고. 새벽 닭 우는 소리... 아침 생각 2013.07.19
솔직한 들풀들 아침 일찍 일어나 그림을 그렸습니다. 서너 시간 작업 중에 설핏 머릿속에 움직이는 글감이 있었습니다. 놓칠 새라 차를 몰고 사무실에 나왔네요. 오는 길에 보니 긴 비에 한강물이 황톳물이 되어있고. 길가의 개망초도 지친 듯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해가 나면 언제 그랬냐.. 아침 생각 2013.07.14
시선 눈이 있으니 시선이 있다 자기가 바라보는 시선과 또 다른 시선은 신선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은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그 느낌은 오히려 즐겁다. 하지만 이 사랑스런 시선을 놓칠 때, 모든 선의의 비평은 비난이 되어 꽂힌다. 문장 하나 문맥 하나 옳고 그름은 기술이다 하지.. 아침 생각 2013.07.04